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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의 과거 이야기

o미소o 2025. 2. 8. 00:00

과거에 엘린은 이름이 알려진 PMC에서 리더를 맡고 있었다.

일개 대원에서 리더를 맡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업계에서는 그에 대한 소문이 자자했다.

그렇게 엘린은 앞으로 탄탄대로를 걸을 줄만 알았지만, 한 사건으로 인해서 엘린의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게 된다.

엘린은 해외에 파병이 필요한 고위험군의 의뢰를 보게 되었고 팀원들과 함께 임무를 진행함에 따라 자신과 팀원들의 기량 파악을 마친 엘린은 그 임무가 자신의 팀원들이 어렵지 않게 해내리라는 것을 파악했다

의뢰 내용은 내란이 일어나고 있는 어느 지역에서의 목표물 수거 및 전달이었다

다만 좌표와 외형을 제외한 목표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실려있지 않고 필요조건은 의뢰에 관한 일들을 비밀에 부칠 것이라는 살짝 께름칙한 조건이 붙긴 했지만 막대한 보수금을 보고 의뢰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렇게 의뢰를 받고 팀원들과 같이 파병을 나가게 된다.

엘린의 예상대로 자신의 지휘 아래 팀원들은 맡은 임무를 수월하게 진행하였고 일이 끝을 보이는 듯했다.

그 순간 한 대원이 말을 꺼냈다.

"대장! 이 의뢰 보수금이 얼마나 됐었지? 이 일만 마치면 떵떵거리면서 살아도 충분하지 않나? 크하학!!!"

대원이 긴장을 풀면서 이야기를 꺼내자 엘린은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아직 의뢰는 끝나지 않았어, 집중해."

그 짧은 한마디 말로 그는 대원의 정신을 바로잡았다.

"칫, 알았어. 그럼 일 끝나고 마저 얘기하자고."

그렇게 다시금 분위기를 정비하고 임무를 진행하였다.

렇게 임무를 진행하다 보니 한 대원이 말을 꺼냈다.

"리더, 의뢰인이 요구했던 목표물로 추정되는 것을 찾았습니다."

임무가 막바지에 도달했고 이제는 목표물을 수거하여 의뢰인에게 전달해주기만 하면 이번 의뢰는 끝이 나는 듯했다.

"그래? 그러면 목표물을 수거하고 바로..."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원이 말을 끊고 이야기했다.

"근데... 어린아이들입니다..."

말하기가 벅찬 듯 대원은 말을 더 이상 잇지 못하였다.

그 이야기를 들은 엘린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목표물로 다가갔다.

그대로 목표물을 감싸고 있던 먼지로 뒤덮인 천을 걷어냈다.

천을 걷어내고 나니 그 안에는 철창에 갇혀있는 어린아이 여럿이 보였다.

보는 순간 엘린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얼어붙은 대원이 힘겹게 입을 뗐다.

"무슨 소리가 나서 걷어봤더니..."

"이번 의뢰... 조건이 뭐였지...?"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엘린은 말을 하지 못하였다.

"이번 의뢰에 관한 일들은 비밀에 부칠 것... 이었죠..."

"그럼 목표물에 관한 내용은?"

그러다가 점차 쏘아붙이듯이 얘기하더니.

"좌표와 목표물에 대한 형태만 적혀있고 그 내용물이 무엇인지에 대한 언급은 없습니다..."

"그럼 의뢰 수행 방법은!!!"

엘린의 분노가 터지고 말았다.

"대장 그러지 말고 어서..."

"닥쳐!!! 난 지금 들어야겠으니까!!! 당장 얘기해 뭐냐고!!!"

긴장을 풀면서 말을 걸어왔던 대원이 엘린을 말려보았지만, 그의 귀에는 그 무엇도 들어오지 않았다.

의뢰 조건을 보고서 목표물이 그저 위험한 물건일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해왔던 자신에게 역겨움과 혐오감이 들어찼다.

목표물은 위험한 것들이 아닌 지켜줘야 할 아이들이었고 위험한 물건을 옮길 때보다 더한 충격이 다가왔다.

내장이 뒤얽히는 느낌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모든 게 뒤틀리는 감각이 느껴졌다.

심지어 무거운 공기조차도.

목표물, 아니 아이들을 보아하니 더 그러했다.

"목표물을... 의뢰인에게 수송하는 것입니다..."

엘린은 그 얘기를 듣고 점차 냉정을 찾아가는 듯했다.

"후우... 의뢰인은 누구였지?"

"●●● 코퍼레이션입니다..."

그 말을 들은 대원이 말을 꺼냈다.

"뭐...? 걔네 인간을 상대로 실험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는데... 그렇다면 진짜로...?"

엘린은 그 말을 듣고 아이들을 다시 살펴보았다.

아이들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기괴하게 뒤틀린 팔을 가진 아이, 사람이라 부르기 어려운 외형을 기진 아이도 여럿 있었다.

다만, 정신은 또렷하게 살아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음식을 오랫동안 못 먹었는지 피골이 상접하고 탈수 증세 탓에 허덕이는 아이들도 여럿 있었다.

엘린은 그 모습들을 보고 말하였다.

"정리하자면 ●●● 코퍼레이션에서 의뢰를 요청하였고, 상황을 보아하니 사람을 실험에 사용하는 것도 사실이었겠네... X팔..."

아니 엘린은 냉정을 찾기보다는 속으로 분노를 삭히고 있었다.

"그럼 보스 이 아이들을 보내게 된다면..."

"그래 처리되거나 다시 실험체로 쓰이겠지."

결론은 명확하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이 상황을 못 본채 하고 아이들을 보내는 게 맞다.

안 그러면 어떤 후폭풍이 다가올지 모른다.

그렇지만 그게 과연 옳은 일일까?

수 많은 생각들이 엘린을 덮쳐오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과거 자신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물론 상황은 전혀 다르지만 그저 자신이었다.

그 아이들은 나였다.

그 생각에 도달하자 감정에 이끌린 지시를 팀원들에게 내렸다.

"지금부터 의뢰를 포기하고 아이들을 구출하는 것으로 목적을 변경하겠다."

그 지시를 들은 대원들은 여러 반응으로 나뉘었다.

"대장 지금 미친 거요? 어떻게 그렇게 감정적인 선택을 할 수가 있소!!!"

"그런 당신이야말로 미친 거 아니에요? 저 모습들을 보고서도 그런 말이 나와요?!!"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당장 우리만 신경 써도 될까 말까 한 임무를 저 아이들을 데리고 구출한다는 리스크까지 감수하면서 완수할 수나 있겠어?!! 애초에 성공한다 해도 이 비밀을 안 이상 쫓겨 다닐 게 분명한데!!!"

"그건 차차 해결해나가면 될 거 아닙니까!!! 저희가 그럴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잖아요!!!"

"능력은 X미럴 뒈지지만 않으면 다 된다는 소리여?!!"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엘린은 소리쳤다.

"그만!!!"

그 말을 들은 대원들은 금세 잠잠해졌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무사히 목표물을 의뢰인한테 가져다줬다 쳐봐. 그렇다고 우리가 쫓겨 사는 신세가 안 될 거 같아?"

대원들의 얼굴이 생각에 깊이 잠긴 듯했다.

엘린은 이어서 말했다.

"물론 내가 감정적이게 행동한 거는 맞아. 목표물만 제대로 전달하고 입막음을 확실하게 한다면 해코지 않을 수도 있고, 하지만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한 일을 하겠다."

대원들은 생각이 정리된 듯한 얼굴을 했다.

엘린은 이어서 말했다.

"그러기에 지금 여기에서 권한다. 나와 함께 할 사람은 남고 아닌 사람은 당장 떠나라. 어떤 책임도 묻지 않을 테니. 다만 떠나면 바로 몸을 숨길 채비를 해라. 나는 너희가 쫓기는 것도 원치 않으니."

그 얘기를 들은 몇몇 대원들은 그 자리를 박차고 떠났다.

"나는 대장하고 이런 식으로 헤어지고 싶지 않았수... 응원은 할 테니 알아서 잘 해보시오."

그렇게 자리를 떠난 대원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엘린은 이어서 말했다.

"그럼 우리는 이제 구출 작전을 실행한다. 일단 보급품 털어서 아이들에게 나누어 줘."

남은 대원들은 엘린의 지시에 따라 아이들을 차례차례 인도하기 시작했다.

 "이제 아이들을 데리고 전장에서 빠져나간다. 모두 내 지휘에 따르도록."

그렇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끝에 다다른 듯한 느낌에 도달했다.

"거의 다 왔어. 이제 조금만 더...!"


그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주변에서 총탄이 날아들어 왔다.

엘린은 물론이고 대원들과 심지어 아이들마저 그 날카롭지만 뭉툭하고 차갑지만 뜨거운 공격에 맞았다.

비명소리가 들렸다.

특히 아이들의 비명소리는 더욱 크게 들렸다.

어릴 적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전혀 그립지 않은 끔찍한 선율이 연주되었다.

모두가 부상을 당하고 쓰러지고 엘린도 무릎을 꿇었다.

그런데 그 때, 그들의 수뇌부로 추정되는 목소리가 갑자기 명령을 중단했다.

"동작 그만! 요원들은 즉시 하던 임무를 멈추고 철수하도록."

총성이 멈췄고, 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그 앞으로 터벅터벅 소리를 내며 걸어오는 낯선 사람이 눈앞에 보였다.

 

정말 이상한 점은 그의 착의가 무장 하나 없는 일반인의 모습이었다는 것이다.

"안타깝네."

이 처절한 상황, 그리고 뱉은 말과 어울리지 않게 따스하게 걸어오는 말투에서

 

형용할 수 없는 불쾌감과 굴욕감, 기시감과 같은 부정적 감정이 휘몰아쳤다.

"엿이나 잡수셔. 어차피 다 조진 거 같은데 이럴 바엔...!"

엘린은 수류탄을 빠르게 빼들려 했으나, 그 순간 주변이 검게 뒤덮였다. 엘린은 마침내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했다.

"복수를 갈구하고 있지?"

이 말 한마디에 눈이 탁 뜨였다. 여전히 주변은 암흑이었다..

이 상황이 정말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사람은.. 아니 애초에 사람은 맞는가? 도대체 무엇을 하는 자이며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너도 ●●● 코퍼레이션에서 보낸 생체병기같은거냐?"

엘린은 그의 태도를 보고 해치지는 않을 것이라 판단하여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았다.

"그것들이 우릴 만나게 했지. 하지만, 아니기도 해."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보낸 거면 보낸 거고 아닌 거면 아닌 거지 어찌 양립할 수 있단 말인가?

그 의문에 대답하듯 그는 다시 말을 꺼냈다.

"나는 기업의 밑바닥에서 일하는 사람은 아니거든.

 

하지만 원한다면 내 머리만으로 무너트릴 수는 있지. 지금 무너진 네 생각들처럼."

순간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네 복수를 완벽히 할 수 있게 해줄게. 함께하자."

갑자기 제안을 건네니 오만가지의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내가 무슨짓을 할지 몰라 두렵나보다. 난 죄 없는 누군가를 해치지 않아. 네가 죄 없는 아이들을 해치지 않았듯이."

"뭣...?!! 너가 그걸 어떻게?!!"

"넌 옳은 선택만을 했고, 보상으로 살아남았어. 여길 봐봐."

그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아까 자신을 떠나 따로 행동하던 대원들이 너무도 끔찍한 시신이 되어있었다.

너무나 당혹스러웠다.

본질을 꿰뚫어 보는 듯한 눈이 몸 구석구석 한 톨의 먼지조차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무력감으로 인하여 온몸이 짓눌리는 듯한 기분이 느껴졌다.

"선택은 네 몫이야."

나로 인해 망쳤다.

나의 감정적인 선택으로 인하여 모두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보았다.

절망감이 나를 덮쳐왔다.

끔찍한 절망감이,

손 쓸 새도 없이 커다란 절망감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만큼의 어둡고 차가운 절망감이,

내 심장을 채웠다.

"저기.. 시간이 멈춘게 아니거든. 날 봐봐, 두려워할 필요없어. 우린 같은 사람일 뿐이지."

내가 책임을 져야만 한다.

감정적으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

냉철해져야만 한다.

어떻게든 저들을 살릴 방법을 궁리해야만 한다.

살려야 한다.

살려야 한다.

살려야 한다.

이 생각만이 내 머릿속에 가득 차고 나를 기어코 잠식하여 새로운 자아를 생성하는 듯하였다.

자아 생성에 박차를 가하는 것을 돕듯이 그는 몇 마디를 첨부했다.

"너는 나에게 너가 구하고자 했던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그리고 조금 더 격앙되는 톤으로 말했다.

"만약.. 너가 구한 아이들이 자신들의 힘으로 악당을 무찌르는 걸 보면 얼마나 행복할지 생각해봤어?"

아아... 어찌 이렇게 무서우면서도 달콤하고 오묘한 속삭임이 있을까.

나는 지금 내 꼴이 몰락된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리고 이 몸을 비틀고 찢어서라도 대원들의 행복과 바꾸고 싶다.

나로 인해 피해를 받는 것은 이미 이번 일과 과거의 일만으로도 족하다.

더 이상 나는 내가 아니어도 좋다.

그는 주저앉은 나를 일으켜주었다.

"어서와."

나는 조용히 일어섰다.


이 자에 대한 충성과 자신에 대한 모멸감 종말을 보고 싶은 바람 온갖 것들이 혼잡하게 얽혀 이 자를 따르게 만들었다.

과거의 나는 필요 없다.

그저 철저하게 이 자를 따르고 냉철하게 판단할 뿐.

"혹시 지금 꼭 극복하고 싶은 결점이 있을까."

"나는… 냉정해져야 해. 내 감정적인 판단이 앗아간 목숨의 수를 생각하면."

"복수를 위해서?"

"복수를 위해서."

이제 나는 복수단의 단원중 한 명이 되었다.

간간히 과거 대원들의 상태나 아이들의 상태 등의 정보를 제공 받았고

 

아이들은 사회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많이 호전되어 잘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들었던 대원들은 다시 나를 찾아오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나는 대원들의 부름에 답하지 않고 그저 단호히 돌려보냈다.

저들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나에겐 감정조차 사치니까.

나는 냉철해져야만 한다.

 

...

 

"엘린."

 

"..네?"

 

"이제.. 그들의 세상 속 이름과 형태는 접어두는게 어떨까?"

릭(llihc)의 이야기 / END